[바로간다] 등산로에 '식용 개 농장'..땅 주인은 재벌 회장

김건휘 2020. 6. 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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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김건휘입니다.

인천 계양산에 수백 마리의 개를 키우는 불법 개농장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확인해 보니, 복날에 식용으로 내다팔기 위해 개들을 대량으로 키우고 있었는데요.

끔찍한 환경, 그것도 등산객들이 다니는 산행길 바로 옆에 들어선 이 개농장의 땅주인은 놀랍게도 한 재벌기업의 창업주였습니다.

그 현장으로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매년 500만 명의 등산객이 찾는 인천의 계양산입니다.

등산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자 희미하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개짖는 소리입니다.

등산객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상황입니다.

[등산객] "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밥줄 때, 이럴 때는 이 산이 다 울리지."

10분 가량 등산로를 오르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등산로를 벗어나 5분정도 걸어 들어왔습니다. 저 울타리 너머로 개농장이 보입니다.

이렇게 개들의 울음소리가 생생하게 들립니다.

농장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다닥다닥 이어져 있는 비좁은 철창.

어림 잡아도 수백 마리가 갇혀 있습니다.

발로 땅을 디딜 수 없고, 철망 틈 때문에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렵다는 이른바 '뜬장'입니다.

[박진환/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 "사람으로 치면 조그만 박스 안에 몸을 우겨넣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좁은 철창 안에는 큰개와 강아지 여러 마리가 같이 들어있기도 하고,

아직 눈도 못뜬 갓 태어난 새끼도 눈에 띕니다.

죽임을 당할 때나 처음 땅을 밟아 본다는 300마리의 개들이 이렇게 뜬장 속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 속에서 뱅뱅도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개들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박진환/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 "정형행동이라고 하는데요. 좁은 곳에 갇혀있다 보면,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정신병에 걸린것과 다름이 없거든요."

개들의 먹이는 음식물 쓰레기였습니다.

우리 옆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놓여 있고, 잔반통에서는 악취가 진동을 합니다.

이 때 나타난 개주인은 취재진을 발견하고는 나가라면서 밖으로 끌고 나갑니다.

"나가라고요."

음식물 쓰레기에 뜨거운 물을 섞어 개 사료로 준다고 주장 하지만, 끓이지 않고 주는 건 명백한 불법입니다.

[박진환/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 "개들이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들이 있기 때문에. 바로 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가열하지 않고 바로 준다면 이것 또한 사료관리법 위반, 위법 사항입니다

8년 정도 이곳에서 개농장을 운영했다는 주인.

그런데 알고보니 자신의 땅도 아니었습니다.

땅 주인을 묻자 유명 대기업의 이름이 튀어나옵니다.

[농장주] "불법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롯데하고 이야기를 다 끝냈다고."

이 농장의 이름도 롯데 목장이었습니다.

실제로 산 아래에는 롯데 마크와 함께 ‘SKY HILL 인천’이라는 이름의 녹슨 사업계획도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등기사항 증명서를 떼 봤습니다.

개농장 땅의 원래 소유주는 롯데그룹의 故 신격호 명예회장이었습니다.

실제 롯데가 골프장 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안되면서 2018년 사업은 완전히 무산됐습니다.

개농장 업주는 지난 1992년 신 전 회장의 측근과 계약을 맺고 땅을 쓰고 있고, 임대료도 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계약서는 없는 구두 계약이었고, 임대료를 낸 증빙 자료는 보여줄 수 없다고 합니다.

[농장주] "우리가 롯데에 30년 전에 계약을 했어요. 계약을 해서 세금을, 이자를 임대료를 계속 냈는데. 어느 순간 롯데에서 임대료를 반려하더라고. 그래서 임대료를 안내고 있는거야. 안받는 걸 어떻게 냅니까."

그렇다면 롯데 측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최근에야 불법 개농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김춘식/롯데지주 홍보수석] "저희도 올 초에 현장 상황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을 했었고요. 지금까지는 창업주 개인 소유의 땅이라서"

MBC 취재결과 이 농장은 지난 2017년부터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폐기물 처리시설 미신고, 가축분뇨 배출시설 변경 신고 미이행 등으로 구청에 수차례 적발돼 과태료를 받았습니다.

작년 6월에는 사용금지 명령까지 받았지만 과징금 90만 원만 내고 계속 운영해 왔습니다.

계양구청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강제적인 시설폐쇄는 어렵고 과태료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성환/인천 계양구청 동물보호팀장] "저희가 수차례 점검을 나갔고요, 타부서 협조를 받아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든 조치를 했고요."

또 환경부가 무허가 축사 정리 기간을 추가로 부여했기 때문에, 약속한 8월까지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개주인은 당당합니다.

지금이라도 한 마리에 20만원씩, 6천만원을 내놓으면 그만 둘 용의가 있지만

"나 진짜야. 현재 시세 주면 다 보낼거야 만세하고"

그렇지 않으면 8월까지는 문을 닫을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8월달까지에요. 8월달까지는 구청하고 얘기가 다 끝났어요. 하여튼 이건 '식견'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해요."

8월이면 다음달 초복, 중복을 거쳐 말복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결국 300마리의 개들이 모두 고기로 변한 뒤에나 불법이 해소될 수밖에 없다는 걸까?

[김춘식/롯데지주 홍보수석] "(개농장 철거를 위한) 명도소송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개를 살리든지 아니면 개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사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인권단체 요구들도 상속인들께 전달을 해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배, 김효준 / 영상편집: 신재란)

김건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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