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없어진 국회 윤리특위, 21대 국회에서는?

윤호우 선임기자 2020. 5. 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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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위, 살아날 수 있을까
20대 후반기 국회서 윤리위 없어져… 5·18 망언 의원 국회 징계도 없어


20대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거나 왜곡 발언한 장본인인 김순례·이종명·김진태 의원은 결국 국회 차원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20대 국회 후반에 이들을 징계할 윤리특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해 6월 30일 활동기간이 연장이 되지 못해 사라져버렸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는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이 협상에서 윤리특위가 어떻게 부활할지가 주목된다. 윤리특위가 다시 구성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상설특위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양대 정당에서는 법사위를 놓고 입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윤리특위 신설과 같은 세세한 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측은 5월 19일 “20일 본회의를 마무리한 뒤에야 원 구성 협상 전략을 짤 수 있다”면서 “아직 윤리특위 문제까지는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측 역시 “윤리특위 문제까지 들여다볼 정도까지는 아직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리특위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 측은 “무엇보다 21대 국회에서는 의원들 스스로가 윤리의식을 갖고 국회 자체가 자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상설로 만들어야”

문희상 국회의장은 윤리특위 상설화에 각별한 의지를 갖고 있다. 국회에는 현재 18개 상설 상임위와 2개의 비상설 특위(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있다. 문 의장은 국회방송 <오유경의 인생책방>에 출연해 “당장 21대 국회는 윤리특위를 상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서로 고발하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국회 윤리특위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회의장실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4월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뢰받는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응답에서 ‘윤리특위 상설화 및 권한 강화’가 7.2%로 4위를 차지했다.(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1005명) 1위는 ‘회의 불출석 의원 징계 강화’(31.2%), 2위는 ‘쪽지 예산 근절로 예산심의 투명성 강화’(15.8%), 3위는 ‘상시 국회운영 및 상설 소위 설치 의무화’(11.6%)였다. 문 의장은 지난 3월 발의한 ‘국회 혁신 패키지 법안(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에서 ‘윤리특위 상설화 및 기능 강화’의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해당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에 제출됐지만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지된다.

국회 윤리특위는 2018년 6월, 20대 국회 전반기까지는 상설특위로 존재했다. 하지만 후반기 원 구성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상설특위에서 비상설특위로 바뀌었다. 2018년 7월 10일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서에는 ‘윤리특위는 비상설 특위로 변경한다’로 돼 있다. 이 내용 바로 위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교육위와 문화체육관광위로 분리하는 내용이 있다. 상설특위 중 하나였던 국회 교육문화위가 교육위와 문화위로 분리되면서, 윤리특위가 비상설 특위로 밀려난 것이다.

2016년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너무 방대한 업무를 다루는 교문위의 분리가 논란이 됐다. 상설위원회 하나를 늘리는 것이 국회 운영의 비용적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와 결국 여야 합의에는 빠지게 됐다. 하지만 후반기 국회에서는 교문위가 분리되고, 윤리특위가 비상설 특위로 바뀌었다. 전반기 국회의 18개 상설 상임위를 후반기 국회에서 똑같이 18개 상임위로 유지한 것이다. 당시 원내대표 협상에 참여했던 민주당의 한 인사는 “상설 상임위를 하나 늘리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측은 “상설 상임위를 하나 늘리는 것이 아마 비용적 측면에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설 상임위가 늘어날 경우 국회 사무처의 지원 인력이 더 늘어나고 별도의 활동 비용이 더 추가돼야 한다. 윤리특위 상설화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문희상 의장 측 관계자는 “비용과 상관없이 일단 윤리특위의 강화를 공론화해보자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다”면서 “하지만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20대 국회를 마무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설특위에서 비상설 특위로 밀려난 후, 윤리특위는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비상설 특위에는 선거법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다루는 사법개혁특위가 있었다. 비상설 특위는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합의문에서 활동 기간이 2018년 12월 31일로 정해졌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상정을 놓고 한판 싸움이 벌어지면서 매번 비상설 특위의 활동기간 연장이 문제가 됐다.



김종대 의원 “외부 위원들이 심사해야”

20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해 3월 7일 열렸다. 이날 윤리특위 의사일정에는 모두 21명의 여야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올라가 있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사는 2월 8일 국회 내 행사장에서 5·18 망언을 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였다.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고, 이종명 의원은 “당시는 폭동이라 했는데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발언해 징계 대상이 됐다. 여당인 민주당 윤리특위 의원들은 우선 세 명의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사하자고 했다. 당시 윤리특위 위원장은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이날 회의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리특위는 석 달 뒤 활동기간이 연장되지 못해 없어져 버렸다.

국회 안팎에서는 상설이든 비상설이든 윤리특위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측은 “윤리특위의 성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윤리특위를 제대로 운영하려는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상설이냐, 비상설이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실질적인 징계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원이 동료 의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로 소속 당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피하려고 하다 보니 주고받기식 징계 완화가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문희상 의장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윤리특위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독립적 업무수행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문위에는 대한민국헌정회에서 추천한 2인을 비롯해 모두 9명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문 의장 측 관계자는 “외부 자문위원의 추천 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우선 ‘셀프 심사’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의원들의 징계안을 심사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셀프 심사를 하니까, 정략적으로 흘러가 버렸다”면서 “외부의 위원들이 엄격하게 윤리 심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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