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옥마을 폭발물" 아저씨 목소리 그놈은 16세 고교생

김정엽 기자 2020. 4. 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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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산경찰서, 올해만 6번 장난전화 고교생 체포
유심칩 뺀 휴대전화로 신고, 경찰 수사망 피해
여성 목소리부터 중년까지..갖가지 목소리로 속여

최근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 신고를 한 협박범은 남자 고등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등학생은 유심칩을 뺀 휴대전화로 신고해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 했다. 유심칩을 빼도 112 등 긴급 통화는 가능한 점을 노린 범죄였다. 그는 목소리까지 변조해가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줬지만, 다시 허위 신고를 하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는 112에 거짓 신고를 한 A(16)군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A군은 지난달 30일 오후 6시12분쯤 “전주 한옥마을의 한 상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허위 신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12분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의 한 상점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뉴시스

A군은 경찰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설치했느냐”고 묻자 “직접 알아보라”고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A군은 신고 당시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한옥마을 주변을 통제했다.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폭발물을 찾았고, 군까지 출동했다. 경찰·군인 70여명이 3시간 넘게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거짓 신고로 판단한 경찰은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A군은 유심칩 없는 휴대전화로 신고해 수사망에 혼선을 줬다. 유심칩이 없으면 일반 통화는 불가능하지만, 112 등 긴급전화는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로 신고하면 경찰 전화엔 ‘035’ ‘045’ 등으로 시작하는 발신번호가 뜬다. 이렇게 표시되는 발신번호를 IMEI(단말기 국제고유 식별번호)라고 한다. 도난·분실된 휴대전화의 부정 유통을 막기 위해 만든 국제표준 휴대전화 식별번호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A군의 위치 파악에 나섰지만, 기지국 오차범위가 1~5㎞여서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12분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의 한 상점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뉴시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수사는 A군이 7시간 만에 또 다른 허위 신고를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A군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 43분쯤 전주 선미촌(성매매 집결지) 인근에서 “미성년자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며 다시 허위 신고를 했다. 이번에도 중년 남성 목소리를 흉내 냈다.

경찰은 7시간 전에 A군에게서 걸려 온 발신번호와 똑같은 번호로 성매매 신고가 들어오자, 곧바로 선미촌에 형사를 보냈다. 선미촌은 A군이 허위 신고를 한 한옥마을에서 불과 500m쯤 떨어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고 1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A군을 발견했다. A군은 선미촌에 도착한 경찰을 보자 급히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그를 쫓았다.

A군은 10분 정도 택시를 타고 이동해 전주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내렸다. 경찰이 따라오는 것을 알아챈 A군은 저수지 쪽으로 급히 달아나면서 휴대전화를 버렸다. 경찰이 A군에게 다가가 임의동행을 요구하자, 그는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 없이 연행하면 불법인 거 아시죠”라고 받아쳤다. 결정적 증거인 휴대전화도 없었던 터라 경찰은 A군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A군의 행적을 계속 주시하면서 추가 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A군이 다음날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저수지로 와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담긴 방범카메라를 확보했다. 경찰은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군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A군은 올해만 경찰에 6건의 거짓 신고를 했다. 여성이 쓰러져 있다거나 미성년자들이 술을 먹는다는 등 내용도 다양했다. 모두 유심칩을 뺀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신고할 때마다 여성·중년남성 등의 목소리로 변조하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줬다.

한달수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코로나 19 사태로 경찰력이 많이 동원되고 있는데 이런 허위 신고가 계속 접수되면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범죄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해서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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