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아키히토 첫 해외일정으로 방한 검토했지만 무산

조성은 기자 2020. 3. 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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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례적으로 생전에 퇴위해 상왕으로 올라선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1989년 즉위한 후 첫 해외 일정으로서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방안이 한·일 양국 간에 진지하게 논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 1년 전인 1988년 왕세자 신분으로 방한하는 방안이 외교당국 사이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지난해 한국 외교부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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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례적으로 생전에 퇴위해 상왕으로 올라선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1989년 즉위한 후 첫 해외 일정으로서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방안이 한·일 양국 간에 진지하게 논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차례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과거사 반성 의식을 드러냈던 아키히토 일왕은 왕세자 시절부터 방한이 추진됐으나 결국 단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31일 외교부가 공개한 1988~89년도 외교문서를 보면 1989년 6월 우리 정부는 노태우 대통령의 이듬해 일본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을 고려할 것을 외교 과제로서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주일 한국대사관은 본부에 올린 전문에서 일왕 방한을 노 대통령의 방일과 연계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도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에 긍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우노 소스케 외무상은 같은 해 4월 최호중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측 분위기가 성숙했다고 판단되면 일본 정부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왕의) 최초의 해외 방문으로서 방한 실현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노 외무상은 한국의 반일 감정을 염두에 둔 듯 “한국 내 미묘한 상황도 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은밀히 답변을 듣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4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나카야마 다로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일왕의 한국 방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왕의 외국 방문은 각국으로부터 환영을 받은 역사가 있다면서 ‘왕실이 외국과의 친선우호 증진에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가능한 빨리 (일왕의) 외국 방문을 재개하고 싶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노 대통령 방일 당시 만찬사에서 “일본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한국)의 국민들이 겪으셨던 고통을 생각하며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이 과거사에 대해 당시로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일왕 방한과 관련한 구체적인 의견이 정부 사이에서 교환되면서 성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과거사 청산 요구에 따른 반대 여론이 높아졌고 일본 내부에서도 보수 우경화 흐름이 강해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 1년 전인 1988년 왕세자 신분으로 방한하는 방안이 외교당국 사이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지난해 한국 외교부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퇴위한 아키히토 일왕이 상왕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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