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도입하고 있는 '고양 드라이브스루' 어떻게 탄생했을까?

박경만 2020. 3. 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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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경기도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자동차 창문을 통해 검진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경기도 고양시가 지난달 26일부터 처음 운영하기 시작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u) 방식의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국내는 물론 미국의 <시엔엔>(CNN), <엔비시>(NBC), <에이비시>(ABC) 방송과 프랑스의 <아에프페>(AFP) 통신 등 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는 찬사를 받았죠.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한국형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더 유명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도 북부 지역을 취재하는 박경만입니다. 세계가 칭찬하는 ‘고양 드라이브스루’의 탄생 과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달 중순 신천지 대구교회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번져 환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2월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폭증하는 검사 수요를 감당하느라 전국의 보건소와 병원 선별진료소들이 아우성이었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국내 1번 확진자’의 주치의인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이 학회에서 ‘진료’와 ‘드라이브스루’를 결합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면서 검사와 진료 속도를 높이기 위해 넓은 운동장에 선별진료소를 만들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제안을 접한 칠곡경북대병원이 지난달 23일 처음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검사에 나섭니다.

드라이브스루가 유명해진 것은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 이 방식을 도입한 고양시 선별진료소 덕분입니다. 지난달 22일 고양시 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이재준 시장은 “보건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염 위험이 있는데 꼭 거기서만 해야 하나요? 일산문화광장이나 어울림누리광장 같은 넓은 곳에서 하면 어떤가요?”라고 화두를 던집니다. 참석자들이 반신반의하던 중,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소개합니다. 김성우 일산병원장은 김안현 덕양구보건소장에게 ‘드라이브스루가 답인 것 같다’고 조언해줍니다.

고양시는 24일 드라이브스루 방식 도입을 전격 결정했고, 25일 한번에 50대 주차가 가능한 덕양구 공영주차장 터(1680㎡)에 선별진료소 설치를 마쳐, 26일 오전 10시부터 검사를 시작합니다. 비상시국이기에 가능한 빠른 정책 결정과 실행이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 모습. 고양시 제공
경기도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자동차 창문을 통해 검진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폐쇄된 컨테이너가 아니라 비말이 노출됐을 때 안전한 개방형 몽골텐트를 활용했고, 추위를 피하려고 설치한 가림막 등도 떼어냈습니다. 시설이래야 임대한 몽골텐트 13개, 테이블, 펜스와 전기시설, 안내 펼침막 등이 전부여서 총 비용이 1500만원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진료소 바깥 소독에는 시가 보유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기가 동원됐습니다. 경기도가 설치한 음압기를 탑재한 컨테이너 선별진료소가 1곳당 8억7900만원이 들었다고 하니 ‘가성비’ 차이가 엄청납니다.

소문을 듣고 고양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의심환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설치 다음날인 27일에는 무려 384명이 방문해 112명이 검체 채취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18일까지 22일간 2378명이 방문해 하루 평균 108명이 진료를 받았고, 1020건의 검체 채취 결과 3명이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양시가 채택한 드라이브스루는 자동차를 탄 채로 패스트푸드나 음료를 구입하는 것처럼, 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문진과 발열 체크, 검체 채취를 받는 3단계 시스템입니다. 정부의 자동차 이동형 선별진료소의 표준운영모델로 지정된 이 시스템은 일본과 영국, 독일에서도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드라이브스루가 인기를 끈 데는 신속성·안전성 말고도, 신천지 교인 등 신분 노출을 꺼리는 사람도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양시의사회 소속 의료진이 하루 4명씩 순번을 정해 검사와 진료를 맡고 자원봉사자들이 차량을 안내합니다.

고양시가 ‘낯선’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신속하게 도입해 성공시킨 것은 이처럼 의료진 등이 참여한 민관 협력과 지방정부의 빠른 의사결정이 복합된 결과물로 보입니다. 지난 1월26일 국내 3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고양시는 당일부터 시장·부시장·보건소장·국실장 등 20명으로 재해대책본부를 꾸려 하루도 빠짐없이 회의를 진행해왔습니다. 이 회의에서 노인요양시설과 역·터미널에서 열체크, 마스크 쓰기 운동, 버스 손잡이 소독, 어린이집 휴원 등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빠르게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시작된 드라이브스루 시스템은 감염병 검사를 거쳐 도서관 안심대출서비스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진화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안정화돼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더이상 운영되지 않기를 희망해봅니다.

박경만 전국2팀 선임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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