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닥터 현미경, 투자자들 떡잎부터 알아봤다

대전=유지한 기자 2020. 3. 2.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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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유니콘을 찾아서] 토모큐브 박용근 CTO
3D 현미경 기술에 AI 결합 시켜 일주일 걸리던 진단을 몇분만에
누적 투자액 230억, 28개국 진출
새로운 시장 개척, 세계 1등 목표

"살아 있는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1주일 넘게 걸리던 질병 진단 시간을 단 몇 분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대전 유성구 토모큐브 본사에서 만난 박용근(40) 최고기술책임자(CTO)는 3D(입체)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홀로그래피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촬영하는 광학기술이다. 토모큐브가 개발한 현미경으로 앞으로 어떤 박테리아인지 실시간 분석뿐만 아니라 암 진단까지 빠른 시간에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박 CTO의 설명이다.

토모큐브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인 박용근 CTO가 2015년 8월 홍기현(47) 대표와 함께 창업한 기술 벤처기업이다. 초기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창업 5개월 만에 소프트뱅크벤처스·한미사이언스 등에서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230억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 의대 등 28국 대학·연구소에 진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 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대형 병원에도 제품이 들어갔다. 전 세계에 100대 이상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이 설치됐다. 3D 홀로그래피 현미경 분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개척자)로 주목받으며 차세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후보로 꼽힌다.

◇살아 있는 세포를 3D로 촬영

기존 현미경은 세포의 보이는 단면만 볼 수 있어 정확히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투명한 세포를 보기 위해서는 염색약 처리가 필요한데 염색 과정에 시간이 걸리고 세포가 죽는 일이 많다. 박 CTO는 하버드-MIT 의공학과 박사 시절부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연구했다. 그는 "이 분야가 앞으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라고 했다. 광학 검사·측정 장비 사업 경험이 있는 카이스트 산업경영학과 출신 홍기현 대표와 손잡고 토모큐브를 만들었다.

토모큐브의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원리가 비슷하다. 레이저를 이용해 세포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합친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입체로 볼 수 있어 그만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또 염색 처리가 필요 없어 살아 있는 세포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박 CTO는 "그동안 염색이 되는 부분만 세포 관찰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었다"며 "세포 영상을 3D로 구현하면 볼 수 없었던 정보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진단법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모큐브는 또 현미경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진단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패혈증 같은 감염 질병은 어떤 박테리아 때문인지 일일이 확인해 그에 맞는 항생제를 처방한다. 시료를 채취하고,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유전자·단백질을 분석하는 일 등에 3~5일이 걸린다.

하지만 토모큐브는 AI에 수백개 박테리아 정보를 학습시켜 진단하도록 했다. 토모큐브의 3D 현미경은 패혈증의 경우 19개 박테리아를 수초 만에 95%의 정확도로 맞혔다. 박 CTO는 "치사율이 높은 감염 질병은 환자가 하루 이틀 만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현미경을 이용하면 그만큼 진단과 치료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토모큐브에는 AI 관련 전공자 6명으로 이뤄진 전문 팀도 있다.

◇"세계 1위 하겠다"

토모큐브는 국내 병원과 함께 일주일 이상 걸리던 급성백혈병이나 암 진단 시간을 단축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등 여러 질병 진단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 CTO는 "살아 있는 세포를 보는 광학현미경 시장은 규모가 5조원이지만 이를 진단 시장으로 확대하면 수백조원에 이른다"며 "AI를 활용해 다양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양한 세포와 조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100만개 확보했다. 3D 현미경·진단법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30여개 특허도 획득했다. 박 CTO는 "비슷한 기술을 가진 회사는 스위스의 나노라이브 정도밖에 없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위를 하는 것이 목표다. 전 세계에 한국 기술 기업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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