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2호 확진자, 발열 있었는데 왜 바로 격리 안됐나

황수연 2020. 1. 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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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서 근무하던 50대 남성, 입국시 호흡기 증상 없어
"당장 격리 필요치 않다고 판단, 귀가조치 후 감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두 명으로 늘었다. 두 명 모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입국한 승객이다.

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두 번째 확진자인 55세 한국인 남성은 지난 22일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우한을 출발해 상하이를 거쳐 들어왔다. 이 남성은 우한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고 질본은 밝혔다. 질본은 두 번째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등을 파악해 이날 오후 6시경 발표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이 21일 폐쇄되어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질본에 따르면 이 남성은 검역관에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기 이전 발열감시 카메라에서 먼저 발열이 체크됐다고 한다. 김포공항에서는 인천에서처럼 1:1 비접촉 체온 측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카메라로 승객의 발열을 확인한다.

열이 있는 것으로 체크되자 검역관이 남성에게 이상증세 등을 구체적으로 묻던 중 지난 10일부터 현지에서 목감기 증상이 있어 병원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남성은 이후 건강상태질문서에 발열과 인후통 등의 증상을 적었다.

김근찬 질본 검역지원과장은 “발열은 37도대로 그리 높지 않았고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인후통도 약한 인후통이었다. 검역관이 1차로 조사했고 공보의가 인천공항의 공보의와 통화해 상황 설명을 한 뒤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23일 운행이 중단된 우한 지하철. [웨이보 캡쳐]

능동감시자는 조사대상 유증상자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보건소에서 증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는 환자다. 두번째 확인자는 능동감시자로 지내던 중 점점 증상이 심각해졌고 본인이 보건소에 이런 상황을 설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게 됐다.

첫 번째 환자는 발열뿐 아니라 기침 등의 증상이 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검역단계에서 걸러져 즉시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번째 환자는 발열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호흡기 증상이 명확치 않아 일단 귀가조치된 것이다.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당국자들이 여행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박혜경 질본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하더라도 일반 감기와 구분할 방법은 없다”며 “(검역관이) ‘괜찮습니다’ 하고 보낸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겠지만 당장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며 “22일 능동감시 대상이었지만 23일 바로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환자 감시 및 관리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흡기 증상이 없었으니 소위 의심사례 규정대로 하면 (격리 대상에) 안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검역관이 재량에 따라 그냥 보내지 않고 능동감시 대상으로 넣은 것이 다행”이라며 “앞으로 이런 사례가 늘어날 것 같다. 사실상 중국 전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광둥성이나 상하이 등도 우한과 유사한 유행지역으로 봐서 검역 대상에 넣거나 개별 병원들의 준비단계를 강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8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25명으로 늘었다. 국내에선 확진자가 두 명으로 늘었고, 조사대상 유증상자 25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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