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자본주의' 다보스포럼 달군다..기후변화 경제규모 44조달러

김정남 2020. 1.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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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기후변화 ②고용 없는 성장 ③부의 불평등
다보스포럼 코 앞..자본주의 대안 다뤄질듯
에델만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는 “자본주의는 나에게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했다. (출처=에델만 홈페이지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는 심각한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We are in dire straits.)”

바셀린과 비누 등을 주로 생산하는 다국적기업 유니레버의 앨런 조프 최고경영자(CEO). 그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올해 행사 직전 내놓은 기후 변화 보고서를 두고 “기업과 정부의 지도자들은 행동으로 옮길 시간이 아직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보고서는 자연에 의존하는 경제 규모가 전세계 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다는 분석이 골자다.

유니레버는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기후 변화 대응 캠페인인 ‘RE 100(Renewable Energy 100)’의 멤버다. 애플, 골드만삭스, 네슬레, 나이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들이 이 캠페인과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 기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건 이유가 있다. 자연 파괴로 인한 경제 손실이 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색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기후 변화와 연관된 경제 규모 ‘44조달러’

올해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기후 변화를 비롯한 신(新) 자본주의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오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 △부의 불평등 등도 함께 엮여서다.

19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규모가 약 44조달러(약 5경1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계 GDP의 52% 가량이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파괴가 경제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를테면 커피 원두의 재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커피 시장의 타격, 나아가 커피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해진다. 지역별로 자연 의존 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인도(33%)로 파악됐다. 인도네시아(32%), 중국(20%) 등이 뒤를 이었다. 하나같이 미래 경제를 이끌 주요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세계 최대 PR업체인 에델만이 진행한 최근 설문도 마찬가지다. 에델만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에델만의 설문은 전세계 27개국 3만4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기후 변화 외에 고용 없는 성장도 주요 화두다. 에델만 설문 결과 응답자 중 83%는 “미래에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감이 있다”고 답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비정규 근로 형태의 확산) 현상이 두드러지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게 대표적이다. “급속도로 빨라지는 기술 변화에 정부 규제가 효과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응답자 중 60% 이상)는 점은 고용 없는 성장의 한 단면이다.

부의 불평등 역시 거론됐다. ‘향후 5년 내에 삶이 나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4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의 경우 이보다 더 낮은 36%에 그쳤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분석을 보면 이는 확연하다. 옥스팜이 국제노동기구(ILO)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전세계 억만장자 수는 2008년 1125명에서 지난해 215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의 자산은 약 8조7000억달러(약 1경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40억4100만달러(4조6900억원) 꼴이다. 이는 세계 인구의 60%인 46억명이 가진 8조2000억달러 규모보다 크다.

◇다보스포럼의 고민…‘지속가능한 자본주의’

리처드 에델만 CEO는 이를 두고 “거대한 신뢰의 역설(the great trust paradox)”이라고 했다. 세계 경제가 일견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기후 변화 △고용 없는 성장 △부의 불평등 △기후 변화 등을 이유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약해지는 것을 ‘역설’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는 “공포가 희망을 가리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목소리는 오는 21~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코 앞에 두고 더 거세지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핵심 주제는 ‘결속력 있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 for a Cohesive and Sustainable World)’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자본주의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다보스포럼 주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색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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