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기무사 '세월호 사찰 보고서' 크게 칭찬·격려금 전달"

이소연 입력 2020. 1. 8. 12:15 수정 2020. 1. 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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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와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 등을 사찰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법 사찰 보고를 받고 칭찬하거나 격려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전 기무사 및 청와대 등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요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특조위는 이날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와 기무사령부 관계자 66명 등 71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등으로 수사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전 대통령 경호실장, 김관진 전 국방장관, 한민구 전 국방장관 등 5명이다. 기무사령부 관계자는 이미 기소된 기무사 지휘부 6명과 상사 또는 준위 계급 이상의 ‘현장 활동관’으로 설명됐다.  

특조위에 따르면 김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014년 4월18일부터 같은해 9월3일까지 기무사가 불법 수집한 세월호 관련 정보를 총 35회 대면보고 받았다. 앞서 언론에 보도된 유가족의 개인정보(주민등록증 사진, 통장 사본, 인터넷 물품 구매내역, 네이버 활동내역)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야간 음주실태와 무리한 요구사항 등이 포함됐다. 일부 보고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간접적으로 전달됐다.   

기무사 지휘부와 예하부대원 등은 세월호 사찰과 관련해 총 627건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세월호 피해자가 다수 탑승했던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기초수급대상자와 한부모 가족 현황, 유가족의 성향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눈 내용, 참사 당일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멱살을 잡고 충돌하는 사진 등이다. “안산시,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단 노동자로 반정부성향이나 보상금 충분 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기무사 지휘부에서는 예하부대원에게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사례를 모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구강청결제 대신 죽염 요구’, ‘세월호 생일날 미역국 요구’, ‘화장장 및 장지까지 리무진 조치 요구’ 등이 보고 내용으로 작성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무사의 보고 내용에 크게 만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5월10일 청와대 보고 결과에는 “비서실장께서 아주 만족해하신 듯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달 23일 김관진 전 장관 5차 보고 결과에는 “‘기무사 보고서가 아주 잘돼 있다’며 크게 칭찬 후 격려금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같은 해 6월, 김관진 전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을 자리를 옮긴 후 “기무사만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다. 최고의 부대”라고 호평했다. 

박근혜 청와대가 세월호 사찰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특조위 측은 “보고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점, 청와대가 대변인 발언에서 관련 정보를 활용한 점, 기무사 보고 내용을 호평한 점 등에 따라 지시가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세월호 사찰과 관련해 기무사 지휘부 6명을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병철 전 기무사 3처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 등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사찰 정보를 모은 예하부대원 등은 ‘피해자’가 됐다.     

문호승 특조위 진상규명위원회 소위원장은 “기존 수사에서는 기무사 지휘부가 예하부대원에게 불법 사찰하라고 지시한 혐의만을 기소했다. 그 결과 지시한 상관은 가해자로, 지시를 받은 부하대원은 피해자로 규정됐다”며 “실질적 피해자인 유가족의 존재는 사라져 사건의 진상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인 불법 사찰의 배후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는 처벌받지 않았다”며 “불법사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이야기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날 특조위 기자회견 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사후 수습에 온 힘을 기울였어야 할 국가가 자식의 주검을 기다리는 부모를 감시하고 사찰했다”며 “국가폭력이 아닌 단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만으로 가볍게 처벌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조위는 이르면 오는 9일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에 청와대 관계자와 기무사 관계자 등 71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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