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나타난 북극여우 너 어디서 왔니?

김기범 기자 입력 2019. 11. 7. 21:02 수정 2019. 11. 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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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사람 잘 따라…누군가 기르다 버린 듯”
ㆍ반려화 어려운 외래 야생동물 사육 유행이 원인

지난달 30일 서울 강북의 한 공원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구조한 북극여우. 카라 제공

지난달 30일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에는 서울 강북의 한 공원에 흰색 여우가 나타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현장으로 간 카라 활동가들은 공원 내 한 건물 지붕에서 볕을 쬐면서 웅크린 채 잠을 자고 있는 여우를 발견했다.

카라 활동가들이 길고양이 포획틀에 먹이를 넣고 유인해 포획한 뒤 확인한 여우의 정체는 ‘북극여우’였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사람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기르다가 버렸거나 도망쳐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원 내 길고양이 급식소에 둔 고양이 사료에 의지해 생활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북극여우는 북극과 유라시아, 북아메리카의 툰드라 지역에 서식하며 흰색 털이 풍성한 게 특징이다. 카라는 법적 지위가 모호한 북극여우의 처분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야생동물이나 유기동물을 구조, 보호하는 기존 시설의 어떤 범주에도 유기 또는 유실된 북극여우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국내 야생동물을 구조, 보호하는 게 주된 업무다. 유기동물보호소 역시 주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갯과인 여우는 홍역이나 광견병에 취약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북극여우는 국제적 거래가 금지된 멸종위기종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부 소관도 아니다.

북극여우는 현재 카라 동물병원의 임시 보호하에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전 이사는 “이 북극여우를 동물 거래 사이트에서 샀는데 마당에 잠시 내놓은 사이 도망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극여우가 서울 도심에 나타나게 된 것은 최근 반려화하기 어려운 외래종 야생동물을 가정에서 사육하는 기형적인 문화가 유행처럼 번진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릇된 소유욕으로 부적절한 환경에서 야생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난 탓에 고통받는 동물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야생동물 판매와 인터넷 거래 등을 규제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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