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T 새 회장 누가 되나-내부 뽑자니 '黃의 사람' 외부는 '낙하산' 우려

강승태 입력 2019. 10. 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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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차기 회장 인선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11년 만에 KT 내부에서 회장을 뽑자니 자칫 현재 황창규 KT 회장의 인물을 고를까 우려된다. 황 회장이 막후에서 KT 주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부 인물을 고르자니 ‘외풍’이 두렵다. KT는 그동안 오너 없는 기업이란 이유로 끊임없이 정치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2002년 민영화된 이후 KT의 CEO는 총 4명이 있었다. 민선 1기 CEO였던 이용경 전 회장을 포함해 남중수 전 회장(2~3기)은 내부 출신이다. 반면 이석채 전 회장(4~5기)과 황창규 회장(6~7기)은 외부 출신 CEO다. 남 전 회장은 중도 퇴진했으며 이 전 회장은 부정채용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KT는 9월 말 전후로 내부 후보군 평가를 마무리 짓고 늦어도 10월 초부터 외부 공모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3월이 주주총회지만 경영 안정화라는 명목하에 새 회장을 연내 뽑고 올해 안에 차기 CEO를 내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매출 23조원, 임직원 2만3000명, 자산 규모 약 30조원, 연결 기준 종속회사 65개. 거대한 공룡을 이끌 인물을 뽑는 ‘왕좌의 게임’이 시작되면서 유력한 사내 후보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KT가 황창규 회장의 뒤를 이을 새 CEO 선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매경DB>
▶사내 후보군은 누구

▷이동면·구현모·박윤영 등 물망

황창규 회장이 임기 동안 공을 들인 일이 있다. 바로 ‘낙하산 CEO’를 막기 위해 여러 회장 인선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KT는 정관 개정을 통해 CEO 자격을 ‘경영 경험’에서 ‘기업경영 경험’으로 변경했다. 관료나 정치인 출신 인사가 KT 회장이 되는 일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T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위원장 김대유)는 6월부터 차기 회장 선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차기 회장후보자군은 회사(KT)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자로 구성됐다.

12명의 부사장급 인사 중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4~5명 정도. 회사 안팎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사장급 인사 3명이 가장 앞섰다고 보고 있다. 물망에 오르는 사장급 인물은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등이다(가나다순).

여러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히는 이는 KT 내 손꼽히는 전략통 구현모 사장이다. 구 사장은 황 회장 취임 직후 첫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경영지원총괄 등 KT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전반적으로 CEO로서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췄으며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사장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황 회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4~2017년 불법 정치자금 후원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다.

오성목 네트워크부문 사장은 KT 사업의 근간인 통신 부문 전문가다. 황 회장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는 5세대(5G) 인프라 구축의 일등 공신이다.

2013년 전무에서 4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할 만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직원 신망도 전반적으로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오 사장의 가장 큰 약점은 지난해 아현 화재 사건이다. 물론 오 사장이 화재 관련 뚜렷한 과오가 발견돼 법률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파에게 아현 화재 사건은 분명 명분이 될 수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네트워크에 치중된 그의 경력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 사장의 장점은 균형이다. 다른 사장 후보와 달리 눈에 띄는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 사장은 38년간 KT에 재직한 정통 KT맨이다. 종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장, 융합기술원장 등을 거친 연구개발(R&D) 전문가다. KT 차세대 먹거리를 책임지는 미래플랫폼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굳이 이 사장의 약점을 찾는다면 R&D 분야에만 오래 몸담았다는 점이다. KT가 워낙 큰 기업인데 전사를 이끌기에는 관리 경험이 적고 두드러진 성과가 경쟁자 대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차기 회장이 사장급이 아닌 부사장급에서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사장급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 이문환 비씨카드 대표 등이 거론된다.

▶사외 후보군 공모 임박

▷사내 출신 선임 목소리도 높아

지난 10년간 경험 때문일까. KT는 되도록 내부 인사를 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부 인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조만간 공개 모집이나 전문기관 추천 등을 받는다고 밝혔다. 외부 공모는 최소 1~2주 이상 걸릴 전망이다.

다만 외부 기관에서 추천한다고 해도 본인이 고사하면 응모 절차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2013년 황창규 회장 선임 때 SK텔레콤 CEO를 지낸 정만원 SK그룹 부회장이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추천된 바 있지만 정식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외부 공모에서는 여러 다양한 인물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임원을 지낸 인물 중에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장(전 KT IT기획실장), 박헌용 전 경기콘텐츠진흥원장(전 KT CR협력실장) 등이 외부 공모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KT가 워낙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중량감 있는 정재계 인사가 도전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KT 회장 선임 프로세스는 비교적 복잡하다. 외부 공모가 끝나면 사내 후보군과 함께 비교 평가가 이뤄진다. 이후 지배구조위가 회장후보심사위에 후보자군을 추천한다. 회장후보심사위가 사실상 마지막 심사를 하게 된다. 심사를 마친 회장후보심사위는 KT 이사회에 최종 후보군을 올린다. 회장후보심사위는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되는데, 새 회장 후보를 1~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사회 의결 이후 주총에는 1명이 올라간다. 이사회 의결에 오르는 후보가 사실상 최종 후보인 셈이다.

다만 회장 후보군이 확실히 추려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KT 차기 회장 선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배구조위는 황창규 회장 인물로 구성됐다. 황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삼성 출신 경영지원부문장인 김인회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유일하게 지배구조위에 참여하고 있다. 김 사장은 황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현재 회장을 뽑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여론이 있다. 황 회장이 사실상 ‘상왕’ 노릇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KT노조(위원장 오주헌) 측은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을 감추기 위한 후계자 임명 절차로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KT의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은 최근 KT를 3차례 압수수색했다. 10월 중에는 황창규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수사 결과 역시 차기 회장 선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KT의 경쟁력을 높일 비전을 보여줄 리더가 필요하다”며 “무수히 많은 계열사와 비대한 조직을 효율화하는 것도 차기 회장의 숙제”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7호 (2019.10.02~2019.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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