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전날엔 눈물부터 나요"..'직장 괴롭힘' 승무원도 심각
[앵커]
선배들의 식사와 술자리 강요, 진급 시험을 위한 외국어 번역까지.
항공사 내 선후배 승무원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문화, 오늘(3일)부터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박진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밥 먹을 때 따라 나가고, 술 먹을 때 따라 나가고, 선배님 쇼핑할 때 따라 나가서 짐 들어주고. 거의 비서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고..."]
국내 항공사 승무원 A씨는 자신의 신세가 '비서', '하녀' 같다고 말했습니다.
선배들의 요구를 몇 번 거부했더니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갈 때 마다 사무실에 불려가서 너는 애들이 다 너 싫어한다. 선배들도 너 싫어한다. 그걸 저한테 되게 각인을 시켰거든요."]
결국 A 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정신과를 가봐라 해서 갔는데, 가니까 공황장애·우울증에 대인기피증에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그때 그냥 생각한 게 '아 저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B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저희들끼리는 삼식이라고 하거든요. (선배들의) 삼시 세끼 다 챙겨줘야 한다고 해서.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줘야 하는 거예요. 저 신입 땐 픽업시간 되면 호텔에서 솔직히 모닝콜 해주거든요. 막내가 (모닝콜을) 다 돌리는거예요."]
심지어 자신의 진급을 위해 후배에게 번역일을 시키거나 벌을 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어떤 선배가 본인의 진급 시험을 위해서 제 동기한테 그걸(외국어 책을) 다 번역하라고 시킨 거예요. 200페이지를. 또 저를 한 시간 동안 신발장에 세워놓고 일대일로 인신공격을 하셨고요."]
이같은 요구나 지시를 거부하면 인사 고과나 업무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기 일쑵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자기가 마음에 드는 후배한테는 좋은 점수를 주고 마음에 안 드는 후배는 온갖 트집을 다 잡으면서 점수를 낮게 주고 그게 결국 인사평가에 반영이 돼서..."]
이러다보니 비행 전날은 불안과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B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비행 전날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비행 가기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건 정상은 아니잖아요."]
승무원 사회의 괴롭힘 문화는 오래된 관행, 하지만 관리 효율성 등을 이유로 회사 측도 묵인하고 있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입니다.
[C씨/현직 승무원 : "그냥 선배님을 이기느니, 내가 회사를 신고하느니, 차라리 내가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진짜 많은 분들이 그만두셨어요."]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박진수 기자 (realwa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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