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금 사들이는 부자들..빠르게 번진 '소문의 실체'

권애리 기자 입력 2019. 5. 14. 09:51 수정 2019. 5. 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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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14일)도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최근에 금을 사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고 있다는데 지금 사야 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최근의 거래 동향을 같이 보시면요, 금 거래량이 확연히 늘어나는 시점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4월 중순부터입니다. 먼저 나라가 공인한 금 현물시장인 한국거래소의 거래량입니다. 4월 중순 이후의 거래량이 그 전보다 2배 가까이 많죠.

특히 4월 전까지만 해도 금을 파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개인이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금을 살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 부자들이 갑자기 사는 겁니다.

그래서 여전히 법인이나 금융투자 업계는 그렇지 않은데, 4월 이후 개인만 순매수로 크게 돌아섰습니다.

국내에서 금 거래량이 가장 많은 한 민간 거래 업체를 보면, 이런 상황이 더 뚜렷합니다. 4월에 팔려나간 금이 3월의 2.5배 정도입니다.

최근에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서 그런 게 아니냐 할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4월부터 이렇게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그전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리고 요새 금값이 오르긴 하는데요, 국제 시세상 완만히 오르는 편입니다.

다시 말해서 유독 우리나라 개인들이 금값이 막 뛰지도 않는데 금을 사들이는 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그럼 우리나라만의 특정한 요인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가요?

<기자>

자금 금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를 같이 한번 들어보시죠.

[김상국/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팀장 : '화폐 액면 단위 조정'이라는 이슈로 인해서 개인 투자자들을 비롯한 자산가들이 금을 실물로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판단됩니다.]

[송종길/한국금거래소 영업본부 전무 : 정책 방향성이 화폐 개혁 쪽으로 좀 치중해서 빨리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화폐 개혁에 대해서 다 말씀을 하시고 금괴나 은괴를 구매하시거든요.]

지난주에 한승구 기자도 개념 설명을 드렸던 리디노미네이션, 우리 돈의 액면가를 바꾸는 일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화폐 단위변경은 액면가만 바꾸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상 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화폐 단위 변경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하는 얘기가, 저물가인 지금이 적기라고 하거든요.

무슨 말이냐, 결국 화폐단위 변경만으로 실물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물가 오른다고 본다는 겁니다.

어제 마트에서 삼겹살 100g이 1천980원 정도 하더라고요. 이게 1.98환이 된다, 그럼 그냥 반올림돼서 2환, 지금 액면가로 슬그머니 2천 원이 돼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물가 상태는 맞지만, 생활 물가, 식품과 외식 물가 수준은 결코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생활 물가에 대한 우려가 서민들에게 다가올 수 있고요.

부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종이돈이 아니라 실물이 있어야 유리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금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때 한 기자와도 얘기를 했었는데 정부나 한국은행에서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도 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나 보네요.

<기자>

네, 자꾸 떠들썩하니까 한국은행도 그렇고 정부도 선을 딱 그었는데, 소문이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 탓만 하기에는 정치권에서 계속 얘기가 나옵니다. 이주열 총재가 3월 말에 화폐단위 변경을 검토해볼 때가 됐다고 국회에서 언급한 게 지금 상황의 사실 시작이었습니다.

그 답변을 끌어낸 질문을 했던 여당의 이원욱 의원 비롯해서 여야 의원 몇 명이 어제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도 열었습니다.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를 조언하는 원로 중의 한 사람인 박승 전 한은 총재도 여기 참여했는데요, 이분은 지난달 초에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 적기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싶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토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토론회에서도 사실은 신중하게 장기간 검토할 일이라는 데 무게가 더 실렸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한동안 얘기가 나오지 않았던 화폐 단위 변경 얘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책임 있는 분들이 하면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는 민감한 돈 문제기 때문에 세상이 "응, 토론은 할 수 있지." 이렇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여론을 떠보는 건가?" 이런 분위기는 형성되기 쉽죠. 화폐 단위변경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한국은행이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싶어 했지만요, 통화뿐 아니라 전체 경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다각도로 검토할 게 정말 많은 일입니다.

"우리 돈에 0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고 부끄럽다?" 그럼 반대로 최근 20년 동안, 여러 화폐를 통합해야 했던 유로 제외하고 "건강한 경제 중에 화폐단위 바꾼 데 있나?" 이런 얘기 바로 나옵니다.

"0이 많은 편인지는 오래됐는데 왜 지금 다시 얘기하는 걸까?" 이런 얘기가 나오면 다른 정책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금에 몰리는 모습에서 보듯이 시장이 엉뚱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거죠. 지금 우리 경제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대내외 불확실성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는 정말 원론적인 검토 하고 있다. 그러면 국민을 안심시키는 신호를 좀 더 강력하게, 함께 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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