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버린 애플..2개월만 시가총액 1위 탈환(종합)
고가정책 이끈 버버리 출신 아렌츠 수석부사장 사임
후임 오브라이언 수석부사장 "애플의 영혼은 인간" 강조
이날 애플 주가는 전일대비 0.03% 상승, 시가총액 8215억9000만달러(약 920조원)로 장을 마쳤다.
애플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주가는 각각 1.11%, 1.12% 하락해 시가총액은 8134억8000만달러(약 912조원), 8057억100만달러(약 903조원)로 내려갔다.
애플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시 찾은 건 약 2개월만이다.
애플은 지난 2011년 8월 처음으로 엑손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이후 7년 넘게 지켜왔지만, 지난해 12월 MS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지난달에는 아마존에 자리를 양보했다.
애플의 상황이 딱히 좋은 건 아니다. 실적이 부진하다. 애플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애플 아이폰 매출은 519억8000만달러(약 58조4200억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출 급락이 결정적이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애플은 시가총액 1위에 다시 올랐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투자자들은 다시 애플을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다소 개선됐다는 건 애플에 호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지난해 12월보다는 다소 나아졌다. 1월 분위기에는 좀 더 낙관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 내부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폰의 판매가격을 최고 2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리는 등 극단적 고가정책을 펴던 애플이 가격정책이 조정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제3자 판매상, 즉 공인된 재판매상들을 위해 아이폰 가격을 최대 20% 낮췄다. 일본에서는 통신사가 보조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급형 아이폰XR 가격을 최대 30% 인하했다.
쿡 CEO는 ‘높은 가격 정책이 아이폰 판매부진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그것도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1월부터 미국 외 일부 시장의 거시 경제 상황을 재평가하고 있다. 좀 더 해당 지역 상황에 맞는 가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판매가격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아렌츠는 영국의 명품회사인 버버리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지난 2014년 애플에 합류해 애플의 고급화 전략을 진두지휘하던 인물이다.
‘애플워치’를 단순한 스마트워치가 아닌 명품같은 럭셔리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하는 데 관여했고, 아렌츠의 손길이 거치면서 애플스토어는 더 고급스러운 쪽으로 변화했다. 특히 아렌츠는 중국 내 공격적인 애플스토어 확장을 총괄했다.
CNN머니 등 외신들은 아렌츠 수석부사장이 갑작스럽게 애플을 떠나기로 한 것은 중국 시장에서 애플이 부진한 성과를 낸 점과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렌츠의 후임자로는 디어드레 오브라이언 수석부사장이 선임됐다. 애플에서 30년간 근무한 베테랑으로, 애플의 피플팀을 이끈 인물이다. 피플팀은 인사팀과 같은 조직이지만, 직원들간의 관계와 유대형성에 초점을 맞추는 팀이다.
쿡 CEO는 오브라이언 수석부사장의 선임과 관련해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곧 우리 사람이며, 디어드레(오브라이언 수석부사장)가 우리 팀의 질과 강점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테일 수장의 변화는 명품을 추구하던 애플이 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승찬 (ahns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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