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미래를 지배할 기술 양자컴퓨터..美 vs 中 일진일퇴

강민수 입력 2018. 10. 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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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양자(量子)컴퓨터 개발 성공!"...과학자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올해초 신년사를 듣던 전세계 과학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과학기술 혁신의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혜안 위성을 우주로 쏘았고, 중국 기술로 만든 여객기 C919가 하늘을 날았고, 양자 컴퓨터의 연구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양자 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정말? 중국이? 벌써?

사정을 잘 아는 중국의 과학자들은 이 얘기를 들으며 웃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양자 컴퓨팅 분야의 전문가의 말이다. "만약 양자 컴퓨터 개발에 성공해 제작까지 했다면 세상이 뒤집어질 만한 일입니다. 무슨 위성 발사나 여객기 개발과 차원이 다른 얘기에요. 기존의 모든 컴퓨터 암호가 일거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혁명같은 상황이 왔다는 얘기니까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새해 벽두부터 대형 오보(誤報) 하나를 날렸다.

칭화대는 최근 원자의 중첩상태를 10분 동안 유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 세상 뒤집을 기술...아직 초기 단계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와 차원을 달리하는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을 사용했다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에 더해 0이기도 하고 1이기도한 애매한 상태, 이른바 중첩상태까지를 이용한 병렬 연산이 가능하다. 벌써부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비유는 어떨까? "기존의 슈퍼 컴퓨터가 자전거라면 양자 컴퓨터는 비행기에요."

문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점이다. 중국 칭화대에서 양자컴퓨터를 연구중인 한국인 과학자 김기환 교수는 양자 기술은 여전히 기초 과학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고백했다. "양자 컴퓨터의 핵심은 안정적 중첩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지금까지 세계 기록이 1분 이었는데 저희 칭화대 연구팀이 최근 10분까지 늘렸습니다. 온전한 양자 컴퓨터를 만들려면 앞으로 이걸 무한대까지 늘려야 합니다." 중첩 상태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여러개가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검증된 것은 없다.

알리바바는 최근 구글이 개발했다는 양자칩을 검증한 결과 오류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 美 구글과 中 알리바바의 신경전

양자 컴퓨터 개발이 거의 다 된 것 처럼 블러핑 하는 것은 중국 만이 아니다. 구글은 올해 3월 미국 물리학회에서 브리슬콘이라 이름 붙인 72큐비트칩을 공개했다. 오류를 1% 미만으로 실현했다고도 발표했다. 실로 놀랄 만한 발표였다. 하지만 구글은 곧바로 중국 알리바바 산하 양자 실험실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알리바바 양자 연구진은 구글의 브리슬콘 칩 성능은 과장됐고 오류가 지나치게 높다고 공개 비판했다. 현재 패권을 놓고 벌이는게 무역 전쟁이라면 미래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게 양자 기술 전쟁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미국의 슈퍼컴퓨터(좌)/중국이 새로 개발한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우)


□ 슈퍼컴퓨터 전쟁에서 양자 컴퓨터 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은 이미 고전 컴퓨터의 최고봉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도 일진일퇴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 슈퍼컴퓨터 학회는 연산 속도를 측정해 매년 순위를 발표하는데 지난 6월 미국이 5년 만에 중국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개발한 '서밋(summit)'은 초당 20경의 연산을 수행한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8월 서밋의 연산속도를 훌쩍 뛰어넘는 엑사 플롭스급 슈퍼컴퓨터 '선웨이'를 개발해 공개했다. 아마도 내년에는 중국이 다시 슈퍼컴 1위 자리를 탈환할 분위기다.

슈퍼 컴퓨터나 양자 컴퓨터 모두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분야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세가 무섭다. 슈퍼컴퓨터 분야는 사실상 중국이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이제는 미국을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양자컴퓨터 분야도 마찬가지다. 2014년부터 중국은 양자 계산 분야와 응용 분야 특허 건수에서 미국을 2배 가량 앞서고 있다.

중국이 안후이성 허베이시에 계획 중인 세계 최대 양자 연구소 조감도


□ 11조 3천억 원...중국의 '통큰' 투자

중국은 현재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에 세계 최대규모의 양자 연구소를 건설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조 3천억 원을 투자하려는 어마어마한 계획이다. 중국 과학기술대학을 중심으로 칭화대학, 저장대학 물리연구소, 선전의 남방과기대, 상하이 교통대학 등 대학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알리바바 양자실험실, 바이두 양자컴퓨터 연구소 등 기업 연구소까지, 중국은 그야말로 양자 연구에 올인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양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판지안웨이(潘建偉) 과기대 교수는 인공위성 묵자호에 양자 통신 장비를 실어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암호화된 통신을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미국도 깜짝 놀랄 만한 성과였고, 양자 통신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는 평가다.

소리없는 아우성!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강대국간 건곤일척의 승부가 한창이다. 우리는 어떤가? 잘하고 있는가?

강민수기자 (mand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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