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보수는 싫다, 2030 '댄디 보수'의 등장

신동흔 기자 2018. 7. 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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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정치문화 개혁 나선 젊은이들

"한국 국회의원 세비(歲費)가 선진국보다 3배나 많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같은 젊은 지도자들이 왜 한국에선 나올 수 없나?"

지난 2일 서울 삼성동의 한 중소기업 회의실. 20~30대 청년 20여명이 정치 문화 개혁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 정치 모임 '내오'(내일을 위한 오늘) 회원들. 벤처기업 직원, 대학원생, 지방선거 출마자 등 다양한 직군의 20~30대 남녀 80여명이 참여해 작년 7월부터 1년째 독서 토론과 정책 세미나를 이어간다. 정현호(31) 대표는 "일종의 '정치 스타트업'으로서 2020년 총선까지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보수의 가치를 앞세운 20~30대 청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의'일베'나 아예 정치색을 숨기는 '샤이(shy) 보수'와는 달리, 얼굴 드러내고 할 말은 하겠다는 그룹이다. 외모도 발랄하다. 찢어진 청바지, 보랏빛으로 염색한 머리 등 여지없는 신세대, 이른바 '댄디 보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자신들의 이념적 지지를 맡길 정당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직접 정치적 '창업'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스로 '정치 스타트업' 만든 청년들

박결(33) '자유의 새벽'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국 당원 집회에 초청받았다. 몸에 딱 붙는 슈트에 노랗게 물들인 머리로 나와 '보신주의' '기회주의'라 쓰인 상자를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당선을 목표로 무상 급식 같은 공약을 내건 후보를 용납하는 정당을 보수 정당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작은 정부' '시장경제' 같은 보수 이념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기인 250명으로 중앙선관위에 정당 결성 신고를 했다.

2017년 2월 서울대에 '탄핵 비판' 대자보를 붙이며 활동을 시작했던 '서울대 트루스(진실) 포럼'은 현재 전국 60개 대학 700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한 '트루스 얼라이언스'로 확대됐다. 이들은 "동성애보다 보수 우파 '커밍아웃'이 더 힘들다"는 말까지 나오는 대학가에서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한·미 동맹을 통한 북한의 궁극적 해방을 추구한다'는 선명한 목소리를 낸다. 이인호 전 KBS 이사장,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을 초청해 대중 강연도 개최한다. 서울대 법대 박사과정인 김은구(40)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1980년대 운동권이 30년 걸려 지금의 대학 문화를 구축했는데, 우리가 못 하라는 법 없다"며 "대학에서 좌우의 건전한 논쟁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 중시해 한·미 훈련 중단 반대

이들뿐 아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인의 주변국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지표랄 수 있는 한·미 연합 훈련 중단에 대한 반대 의견이 20대가 58.4%로 가장 높았다. 올 초 평창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20~30대 반대가 8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대적으로 이들은 민주화 세대로 불리는 586세대의 자식 또는 조카뻘에 해당한다. 중고 시절 전교조 교사들에게 배운 세대이기도 하다. '촛불' 이후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적 경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서도 반감이 크다. 박결 위원장은 "고교 시절 전교조 선생님들을 따라 종북 발언이 나오는 집회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가장 부강할 때 태어난 20~30대는 좌파 이념을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세대인데, 기존 보수 정당들이 이들을 놓치고 있는 건 큰 손실"이라고도 했다. 김순옥(30) 내오 정책세미나 위원장은 "보수 정당이 다 망했는데 다음 선거 출마 안 해도 좋으니 미래를 위해 투신하겠다는 사람 하나 없다"며 "외부 명망가들, 운동권 출신들 끌어들여 얼굴만 바꾸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고 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영국의 캐머런 전(前) 총리 같은 정치인은 젊을 때부터 정당에 들어가 정치 경력을 쌓고 리더로서 성장하는 반면 한국은 정치 후속 세대를 키워내는 문화가 부족하다"며 "정치적으로 각성한 청년 보수들이 기존 정치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잘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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