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제멋대로 노선 정해 다니는 버스 기사..불법 알고도 운행할 수밖에 없다?

채희선 기자 2013. 10.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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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노선을 제멋대로 정해 다니며 손님을 태우는 버스가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저도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또 매번 노선이 달라지는 버스를 손님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충북 청주시에 있는 버스 회사가 벌이고 있는 일입니다. 지난달 26일 밤 11시쯤 청주의 한 시내버스 종점에서 기다렸습니다. 괴상한 버스 운행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막차들이 속속 종점으로 들어 왔고, 번호등을 끈 후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차고지로 들어가기 전 정리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한 버스는 조금 달랐습니다. 기존 번호판 자리에 새로운 번호판을 달았습니다. 번호도 00번으로 이상했습니다. 뒤따라 가보니 도심을 가로지르며 정류장 10여 군데에서 손님을 태웠습니다. 손님들은 운전기사에게 노선을 일일이 물어보며 타는 듯 했습니다.

영업시간 이후 운행, 이른바 '차고지 영업'으로 불법입니다. 인가받지 않은 노선을 임의로 정해 운행하는 것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버스기사들은 매일 밤 불법 운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회사의 감시'를 꼽았습니다. 매일 밤 차고지로 들어오는 버스 중 임의로 10여대를 정해 CCTV 녹화분을 뽑아 회사에서 일일이 확인한다는 겁니다. 이 버스회사 기사 김 모 씨는 "차고지 영업을 하지 않으면 관리자가 경위서를 요구하는 등 징계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회사 측에서 차고지 영업을 강요하는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백 대 가까이 버스가 있는데 매일 한 시간 씩만 추가 영업을 해도 추가 수입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추가 영업을 하는 버스기사들에게 시간외 수당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차고지로 들어오는 길에 손님을 태우는 것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 회사 임직원은 "시청에서 차고지 영업을 권장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청에 확인한 결과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차고지로 들어가는 길과 운행 노선이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시청에서는 권장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동일한 버스회사에 불법 영업을 하지 말라고 시정 명령까지 내린 바 있습니다.

청주시에서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버스가 많지 않은 시외일부 도시에서는 막차시간 이후 운행 인가했습니다. 증평, 진천, 오창 등인데 차고지로 들어오는 길에 손님이 있으면 시내까지 태워 줄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가 운행을 하며 돈을 벌어들인 것입니다.

언제부터 차고지영업을 해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관례처럼 해왔다고 주장하는 버스회사와 눈감고 방치 해온 공무원들, 그 사이에서 버스기사들은 불법 운행을 강요당해온 것입니다. 시청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실태를 파악해 시정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채희선 기자 hsch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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