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각,최후의 20년/루젠둥 지음

입력 2008. 2. 22. 03:32 수정 2008. 2. 22.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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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1944년은 중국 역사학계에 큰 획을 그은 해로 기록돼 있다. 역사학의 거목 천인커(陳寅恪)는 수·당 왕조가 호족(胡族·오랑캐족)과 한족이라는 혼혈족이 세운 것이라는, 기존 학설을 완전히 뒤엎는 '관롱(關)집단설'을 발표했다. 한나라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조로 꼽히던 당나라가 사실은 오랑캐 주도 아래 창건되고 통치됐다는 주장이다.

위진남북조시대 우문태의 통솔 아래 장안(長安·현 시안) 부근을 중심으로 관롱(현 산시성과 간쑤성) 일대에 자리잡은 선비족, 그리고 그들과 결합한 토착 지배층을 '관롱집단'이라고 부른다. 관롱집단설은 바로 그들이 수·당의 지배층으로 군림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극작가인 루젠둥(陸鍵東)이 쓴 '진인각, 최후의 20년'(박한제ㆍ김형종 옮김, 사계절 펴냄)은 1950∼60년대 문화혁명 등 광기의 역사 속에서도 오로지 학자의 길만 걸었던 천인커가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들어선 이후 죽을 때까지 20년의 세월을 다룬 평전이다. 천인커라는 창을 통해 반우파투쟁과 문화혁명 등 초기 사회주의의 역사와 그 속에서 좌절했던 수많은 지식인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복원한다.

학문을 위해 타이완행을 거부한 천인커는 1953년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에서 설립키로 한 역사연구위원회의 중고사연구소장으로 지명됐으나 '단지 학문을 물을 뿐 정치는 묻지 않는다(只問學問 不問政治)'라는 원칙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정치와는 무관한 학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도 광기의 역사를 비켜갈 수가 없었다.

1957년 반우파 투쟁이 전개돼 우파로 몰려 핍박 받았고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크나큰 고초를 당했다. 천인커는 실명과 다리 골절 등 신체적 고통, 많은 동료 지식인들을 잃는 아픔, 끝내 공산당의 명령으로 길거리로 내쫓겨 생활고까지 겪다가 1969년 세상을 떠났다.3만 9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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