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금 체불 민원인에 '왜 소송하냐' 전화한 판사
[앵커]
임금을 못받아 고소장을 낸 사람에게 사건을 맡은 검사가 고소 취소를 종용했다는 소식, KBS가 얼마 전 전해드렸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판사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왜 소송을 하는지 묻고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말을 해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번에도 역시 '임금 체불' 사건입니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정규 변호사는 2017년 말, 한 통근 버스기사의 임금 체불 사건 변호를 맡았습니다.
버스기사는 노동청이 개입한 뒤에야 임금 170만 원과 퇴직금을 받았지만 못 받은 임금이 더 있다고 억울해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버스 회사 자료를 토대로 청구 금액을 당초 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늘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재판을 이틀 앞두고 담당 판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A 판사/수원지방법원/음성변조 : "(돈을) 받았는데도 원고가 이렇게 소송을 유지하는 건 뭔가 회사측하고 다른 관계가 있어서인지... (중략) (금액을) 키울 만큼의 그게 청구 취지가 되는 건지 일단 의문이 있고요."]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말도 합니다.
[A 판사/수원지방법원/음성변조 : "수사 기관에서 한 것 가지고 얼마나 그게 부족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봐야 알겠지만 현재적으로는 그렇게 많은 액수, 3천만원 넘는 액수일 거라고 쉽게 예상이 안되거든요."]
[최정규/변호사 : "판사님 의중을 제가 잘 모르겠는데...(중략)"]
[A 판사/수원지방법원/음성변조 : "이거 뭐 변론 기일에서 이 얘기를 드릴 순 없지 않습니까."]
3차례 재판이 열렸지만, 버스기사는 결국 소송에서 졌습니다.
[최정규/변호사/임금체불 노동자 소송 대리인 : "(체불 임금을) 인정 받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 노력에 정말 찬 물을 퍼 붓는 격이고. 이 분들이 얼마나 억울할까에 대한 관념이 아니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지..."]
대한변호사협회는 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충윤/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판사가) 소송의 취하를 종용하는 취지의 말씀을 계속 하시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고 극히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체불 임금 액수를 바꾼 이유가 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면서, 판사가 좋은 의도로 걸었던 전화였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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