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홈페이지서 '백선엽 장군 웹툰' 사라진 이유는?
[경향신문] ㆍ새 정부 ‘군 역사’ 재조명…친일 논란 인물 부담 털기
육군사관학교가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된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98)을 ‘전쟁 영웅’으로 묘사한 웹툰(그림)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군의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육사는 지난 1월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는 제목의 웹툰을 삭제했다고 19일 밝혔다.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한 이 웹툰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백 전 장군의 활동을 조명하면서 백 전 장군을 ‘영웅’으로 묘사한다. 육사는 이 웹툰을 홈페이지에 2016년 5~9월 30회에 걸쳐 게재했다.
이에 백 전 장군의 친일 행적은 무시한 채 그를 전쟁 영웅으로만 그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백 전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2년 반 동안 복무한 전력이 있다.
육사가 백 전 장군의 웹툰을 홈페이지에서 내린 것은 현 정부 들어 군의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일련의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육사는 지난해 12월 육군과 육사가 독립군·광복군에서 유래됐다는 취지의 특별학술대회를 열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도 관련 연구를 진행해 독립군·광복군이 한국군의 기원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국방부는 심층연구를 통해 올해 안에 독립군 등을 한국군 역사서인 ‘국방사’에 수록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육사 측은 백 전 장군의 웹툰을 삭제한 것을 두고 “육군이 전쟁 영웅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상(賞)’과 관련된 웹툰을 연재하기 위한 것”이라며 “홈페이지의 구성과 배치, 서버 용량 등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육사는 현재 1972년 베트남전에서 공을 세운 고 임동춘 대위의 활동을 그린 웹툰을 게재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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