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손 놓고 있을 때, 북·중·러 34종 개발" 핵무기 현대화 경쟁

정효식 2018. 2. 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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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 '8년간 핵 운반체계 개발현황'
북, 화성 13·14·15형 ICBM만 3종
중, 둥펑-26 '괌 킬러' 배치 완료
러, 우주고도 스텔스 폭격기 개발
미, 육·해·공 전략핵 모두 교체 나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6일 하원 군사위원회 2018년 핵태세보고서(NPR)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8년 F-35 전투기 단 한 종류를 개발하는 동안 러시아·중국·북한 등 경쟁국 및 적국은 34종의 새로운 핵 운반시스템을 개발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6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18년 핵태세보고서(NPR)」

에 실린 도표를 보여주며 한 말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필수 재정지원 없이 어떤 전략도 살아남을 수 없다. 전력 현대화에 실패하면 미국은 과거 전쟁은 지배했을진 몰라도 내일의 안보는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개발 중인 신형 핵무기
매티스 장관은 이런 설득 끝에 지난 9일 지난해보다 940억 달러(15.5%)가 늘어난 올해 7000억 달러, 내년 7160억 달러를 확보했다. 상·하원 양원이 2년 치 국방예산을 한꺼번에 통과시켜준 덕분이다. 증가 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을 동시에 치렀던 2002년(26.6%) 이후 16년 만 최대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인 1조 2000억 달러(1300조원) 규모 ‘핵무기 현대화’에도 시동이 걸리게 됐다. 기존 육·해·공 전략핵 삼위일체(Triad)인 미니트맨Ⅲ(ICBM), 트라이던트(SLBM) 및 전략폭격기를 모두 차세대 핵무기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 폭발력 20kt 이하 저강도(low-yield) 소형 핵무기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 나서 “2021년 만료되는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는 연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도 “370억 유로(50조원)를 핵무기 현대화에 투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세계가 새로운 핵무기경쟁 시대로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이 핵 현대화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한 도표 ‘2010년 이후 핵 운반체계 개발 현황’에 따르면 신형 핵무기 개발에 나선 나라는 러시아·중국·북한·미국 4개국뿐이다. 또 미국이 8년간 전략·전술 양용이 가능한 전투기 F-35 한 종을 개발하는 동안 러시아가 14종, 북한이 11종, 중국이 9종의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각국의 핵무기 운반수단 개발 현황.[2018년 핵태세보고서]
NPR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 이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사거리 1000㎞이하 단거리 스커드C 미사일, 1000~3000㎞ 중거리(MRBM) 스커드 ER 및 노동미사일, 3000~5500㎞ 중장거리(IRBM) 무수단 미사일을 개발을 완료해 실전 배치했다. 지난해 7월 두 차례 시험 발사에 성공한 사거리 6700~1만㎞급 대륙 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과 11월 28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사거리 13,000㎞ 이상의 화성-15형 등 ICBM만 3종을 개발 중이다. 별도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해 개조한 고래급 잠수함과 사거리 2000~2500㎞인 SLBM 북극성-1호도 개발 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핵무기에 관한 한 러시아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의 가장 큰 위협이다. NPR 보고서는 “러시아는 2010년 발효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탄두의 숫자만 줄였을 뿐 최소 2종의 신종 ICBM과 전략 폭격기를 포함해 육·해·공 전략핵 삼위일체 전력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1987년 발효된 중장거리 핵전력(INF) 협정이 금지한 사거리 5500㎞의 지상발사순항미사일(GLCM) SSC-8 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했다. 또 대륙간 핵 추진 무인 자동 핵 어뢰를 개발하고 있다고도 공개했다. 러시아가 적 해군기지를 파괴할 목적으로 개발 중인 무인 잠수함 및 어뢰체계인 ‘Status-6’는 최대 100메가톤 급의 핵탄두까지 장착해 수중 공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또 마하 1.7의 속도로 최고고도 100㎞까지 대기권 밖으로 상승해 초음속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스텔스 전략 핵 폭격기 PAK-DA도 개발 중이다. 작전 거리가 1만 2500㎞에 이르고 최대 72t의 무기 장착도 가능하다.

중국도 미국과 러시아 기존 양대 핵 강국에 대적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폭격기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핵전력 삼위일체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PR에 따르면 중국은 기존 지하격납고(사일로) 발사형 ICBM인 둥펑(DF)-5를 이동형 전략 미사일로 개량하고, 대형 핵잠수함 타입-96과 함께 SLBM 쥐랑(JL)-2·3도 2020년대 진수예정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사거리 3000~4000㎞ 중장거리 정밀유도 핵미사일인 둥펑(DF)-26은 이미 개발해 배치를 완료했다. DF-26은 직경 150~450m 정확도까지 갖추고 미 해군 및 공군기지가 위치한 괌을 겨냥하고 있어 ‘괌 킬러’란 별명도 갖고 있다.

NPR은 미국도 러시아·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삼위일체를 전면 현대화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지상기반 전략억제(GBSD) 미사일을 개발해 현재 실전 배치된 미니트맨Ⅲ 400기를 2029년까지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또 기존 트라이던트Ⅱ(SLBM) 발사가 가능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14척(배수량 1만6000t)을 2027년부터 최소 12척의 콜롬비아 급 핵잠수함(배수량 2만 815t)으로 교체한다. 전략 핵 폭격기(B-1,B-2, B-52)도 차세대 장거리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로 2020년 중반에 대체하기로 했다. 러시아 등의 소형 핵무기 위협에 대비해 저강도 SLBM 및 잠사함발사순항미사일(SLBM) 개발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NPR은 “다목적 전폭기와 달리 저강도 SLBM과 SLCM은 배치 국가의 지원과 의존 없이도 핵 억제 효과를 제공한다”며 “미래 핵전쟁 발발 시나리오에 소중한 대비책을 제공할 것 ”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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