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군복무 3개월 단축? "2020년대 군 구조 붕괴 위험"

박수찬 2018. 2. 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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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에서 공군 항공구조사들이 조난 조종사 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검토 중인 국방개혁 과제 중 핵심 이슈로 거론되는 군복무기간 단축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국방부는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올해 업무보고에서 현재 61만여명인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육군 병력 위주로 감축이 이뤄지며 해군과 공군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인 병사 복무기간은 18개월로 줄어든다. 국방부는 다음달 중으로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세부 사항을 마련할 예정이다.

입대를 앞둔 청년이나 아들을 둔 부모들은 사회 조기 진출에 도움이 되는 군복무 기간 단축이 반갑다. 하지만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병력 감축과 군복무기간 단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군복무기간을 단축하면 2020년대부터는 50만명 유지조차 어렵다는 연구조사도 있어 국방부의 면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육군 논산훈련소에 지난달 1일 입소한 입영대상자들이 전방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육군 제공
◆“50만 병력 유지하려면 복무기간 늘려야”

지난달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발간한 ‘국방정책연구’ 2017년 겨울호에 조홍용 경남대 교수가 게재한 ‘인구절벽시대의 병역정책에 관한 연구’ 논문은 군복무기간 단축이 군 규모 유지에 어떤 어려움을 주는가를 지적하고 있다.

조 교수는 박근혜정부 당시 ‘2022년까지 52만2000명 감축’을 전제로 군 간부 규모는 21만여명, 병사 규모는 31만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2014~2016년 병역판정결과와 만 20세 남성 인구 변화 추세, 연간 군 간부 소요 등을 종합한 뒤 복무기간별로 환산해 연간 병사 소요를 산출했다. 이후 입영가능 병역자원을 2017년부터 연도별로 추산해 비교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조 교수는 18개월 군복무를 적용하면 2022년부터는 입영가능 현역자원 규모가 병사 소요보다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전투경찰을 비롯한 전환복무요원까지 현역으로 편입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군복무기간 18개월 체제가 2050년대까지 유지되려면 일반적인 입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병사가 24만여명에 불과하므로 나머지 7만여명은 의무복무 후 일정 기간 하사로 복무하는 유급지원병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21개월을 유지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23년에는 입영가능 현역자원과 병사 소요가 거의 차이가 없어지며 2025년부터는 입영가능 현역자원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유급지원병 5만여명을 운용한다면 군복무기간 21개월 체제를 20년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군복무기간을 지금보다 3개월 늘어난 24개월로 연장해도 2036년에는 입영가능 현역자원이 부족하다. 조 교수는 군 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거나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을 현역으로 전환해도 병역자원 부족 시점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서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해군 1함대 참수리 고속정 장병들이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시 인근 해상에서 경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해군 1함대 제공
◆유급지원병은 군복무 단축 대안이 될 수 없다

군복무기간 단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급지원병 제도를 통해 전력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급지원병 제도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병무청에 따르면, 유급지원병은 21개월간 병사로 복무한 뒤 15개월을 하사 신분으로 추가 복무하는 제도다. 전차 운전 등 특수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하사로 임용되면 월 209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기존에는 유형1, 유형2로 나뉘어 운영됐으나 지난해 1월부터 통합운영되고 있다.

국방부는 유급지원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청년들은 외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당시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모집된 유급지원병 5429명 중 유급지원병 신분을 포기한 사람은 전체의 51.2%에 달하는 3889명에 달했다. 단기하사로 전환된 300여명을 제외해도 심경 변화 등을 이유로 의무복무기간만 채운 사람이 3년간 3500여명이나 되는 셈이다.

유급지원병의 저조한 인기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낮은 혜택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급지원병 지원자가 의무복무를 마치고 하사로 추가복무하면 △장교, 군무원 진출 시 경력 및 호봉인정 △부사관 지원 기회 △간부와 동일한 휴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유급지원병을 통하지 않고도 이른 시기에 하사나 소위로 임관할 수 있는 방법이 많고, 급여 등 혜택도 더 많다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이익은 거의 없다. 유급지원병의 주축인 특수기술 보유자들은 민간기업에 취업하면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어 하루라도 빨리 전역하는 것이 더 낫다. 하사 신분이지만 간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군 내 풍토도 유급지원병 지원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해병대 수색대원들이 강원도 모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경계 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이같은 상황에서 군복무기간 단축의 대안으로 유급지원병이 효과를 거두려면 급여 인상, 신분보장 등 처우 개선을 통한 지원율 향상과 모집 정원 확대가 시급하다.

문제는 유급지원병 급여 인상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급지원병 급여(월 209만원)를 인상하면 하사가 받는 월급은 유급지원병보다 동일하거나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하사, 소위 지원율에 악영향을 미쳐 간부 소요 충족을 저해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소위, 중위와 하사 등 초급간부 월급을 올려야 한다. 초급간부 월급이 오르면 영관급 장교와 상사 등 부사관, 준사관 월급도 인상이 불가피하다. 결국 군 간부 21만여명의 인건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인상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민간사회와의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인상도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최대 수조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군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유급지원병으로 메울 경우 모집 정원 확대에 따른 급여와 수당 및 보험, 보급품 지급, 숙소 제공, 학사학위 취득 지원 증가 소요 등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증액이 필요하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최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국방비가 42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다.

여기에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추진중인 최저임금 인상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의 50%까지 올린다는 정책과 예비군 처우 개선까지 더해지면 국방부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매년 급격히 증가한다. 이는 유급지원병 정원 확대가 시행되어도 재정적 문제로 인해 군에서 요구한만큼 유급지원병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군 구조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기간 내 밀실협의로 끝낼 사안 아니다

군복무기간을 재설정하는 것은 군 구조를 재설계하는,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북한이 100만명이 넘는 병력을 휴전선 이북에 배치한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군 규모는 유지해야 한다. 군 규모 유지는 작전계획과 전력운영, 무기도입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군복무기간 설정은 신중하고도 공개적인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군복무기간 설정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3년 육군 기준 2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된 데 이어 2007년에는 24개월에서 18개월로 추가 단축 결정이 내려졌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21개월로 조정됐으며,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에도 18개월로 단축을 검토했으나 병력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는 국방부와 병무청 입장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객관적인 연구결과에 따른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군 병력 62만여명과 그 가족 등을 합치면 최대 300만~4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만 엿보였을 뿐이다.

군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군 규모 유지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그 결과가 제대로 공개된 적은 없다. 군사보안이라는 이유로 극히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주관으로 지난해 9월 7일 실시된 서북도서방어훈련에서 해병대 6여단 장병들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해 이동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국민의 뜻을 더 굳게 받들겠다”고 할 만큼 ‘공정’을 강조했다. 국정철학도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현 정부라면 과거 정부의 밀실 행정과 정치적 계산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와 각 군이 연구한 자료들을 공개해서 군복무 대상자인 청년들이 복무기간에 대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현 정부가 주장했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해당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인 20대 초반을 국가안보에 바치는 청년들은 군복무기간이 자신의 인생과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들이 없다면 군대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또한 군복무기간을 줄여도 전력공백이 없도록 대안-군 조직 및 행정병력 감축, 첨단 무기 도입 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방개혁안을 준비해야 한다. 복무기간을 단축했을 때 군 전력 유지가 어렵다면 반대의견을 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대선 공약을 빨리 시행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옛말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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