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중국 진주목걸이냐 미국 다이아몬드냐 .. 한국의 선택은

김민석 2017. 12. 2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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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국 일대일로에 참여
미국 인도-태평양 구상엔 유보
중 일대일로는 패권적 구상
미 인도-태평양은 자유공간
중, 한국의 해상로 장악 추진
한국 운명 걸린 결정, 신중해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반도에서 충돌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동참하겠다고 했다. 중국의 패권 확대에 대응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때 공동보도문에서 언급됐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구상에 현재로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유보했다. 이러한 정부 입장은 한국이 미국을 벗어나 중국 영향권에 들어가는 중요한 지표다.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미국에 들여놓았던 두 발 가운데 하나를 중국에 걸치는 행태다. 정부는 북한 핵무장이 다가왔으나 평창 겨울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겠다는 명분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 연기하자고 미 측에 요청했다. 연합훈련은 중국이 요구하는 쌍중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연합훈련 연기는 북한을 평창올림픽에 유인하는 효과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입장을 들어준 셈이다.

문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계화 전략의 핵심인 일대일로에 동참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참여를 유보한 입장은 한·미 관계에서 한 발을 빼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의 거대 전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좌향좌로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뭔가. 시 주석이 2013년 내놓은 포석이다. “세계의 기회를 중국의 기회로 바꾸고 중국의 기회를 세계의 기회로 바꾼다”는 시진핑의 구상에 따라 육상의 실크로드(一路)와 해상의 실크로드(一路)를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의 육·해상 실크로드에는 44억 명의 인구와 세계 경제의 29%에 해당하는 21조 달러가 걸려 있다. 2014년엔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30개국을 순방하며 일대일로를 홍보했다. 그렇게 열정을 쏟는 전략이다. 일대일로의 육상 실크로드는 한반도에서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옛 실크로드를 확장해 러시아·유럽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상 실크로드다. 여기에는 한반도의 서해를 중국의 근해로 간주하고 대만에서 오키나와-일본 남쪽 해상까지 완벽하게 중국이 통제하겠다는 것이 1차 목표다. 이른바 중국이 정한 제1 도련선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제1 도련선 안으로 미 해군은 물론 미국의 군사력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이 제1 도련선 안쪽의 해상을 장악하면 한국과 일본의 대부분 해상 수송 물동량은 중국의 통제를 받게 된다. 동남아·인도·아프리카·유럽으로 수출입하는 한국의 물동량이 제1 도련선 안쪽의 바다를 지나간다. 중동에서 오는 원유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목줄을 쥐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난사(南沙)군도와 시사(西沙)군도 등에서 해상분쟁이 이미 생기고 있다. 중국이 난사군도의 무인도에 군사기지와 활주로를 마음대로 건설했다. 베트남의 해저유전 개발팀을 위협해 쫓아내기도 했다.

제1 도련선 바깥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제2 도련선은 일본 동쪽 해상에서 사이판·인도네시아까지 이어진다. 중국은 종국적으로 미국을 제2 도련선 밖으로 밀어내겠다고 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국의 전략이 성공하면 미국의 군사력은 태평양전쟁 이전으로 후퇴하게 된다. 중국의 원대한 계획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해상 실크로드는 동남아·인도네시아를 지나 인도와 파키스탄, 중동과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에 이른다. 명나라 때 정화함대의 원정로를 이은 것이다.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에 자국의 해군을 주둔시키기 위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미얀마 시트웨,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 함반토타,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잇는 해군기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런 중국의 해군기지 네트워크를 이어보면 그 모양이 진주목걸이처럼 보여 ‘진주목걸이 전략(String of Pearl Strategy)’이라 한다.

중국이 2025년까지 핵추진 항공모함을 포함한 6척의 항모를 갖겠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20척의 신형 함정을 배치했다. 중국은 이 해상로 보호를 목적으로 미군을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 주변으로 오는 미 항모와 주일 미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하고, 미 군사위성을 파괴하면서 사이버 공격으로 혼란을 조성해 미군의 지휘통제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고 실크로드 기금도 창설해 실크로드 주변국을 간접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중국의 해상 장악 계획에 대응해 나온 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내놓았고, 트럼프는 이를 더 발전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발표한 미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 적시된 것처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자신의 해역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남중국해에서도 누구든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연결해 중국의 패권 확장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나라들을 연결하면 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 그래서 일본 아베 총리는 이를 ‘다이아몬드’ 전략이라고 했다.

결국 중국의 진주목걸이와 미국의 다이아몬드가 충돌하는 형국이다. 인도는 자신의 앞마당인 인도양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달갑지 않아 미국의 전략에 합세했다. 19세기 말 미 해군 제독이자 해양전략가 마한의 “21세기 인도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아시아를 통제할 것이며 결국 세계 운명은 인도양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미국의 전략 수립에 한몫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인도양을 담당하고 있는 미 해군 6함대와 일본에 있는 7함대를 연계시키고 있다. 또 미 해군 전력의 60%를 이 해역에 할당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미·일·중·러 등 주변 4개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신남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1월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을 2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재 교역량의 두 배 규모다. 한국으로선 아세안도 필요하지만 이미 중국의 인구를 넘어서고 있는 인도의 거대한 시장도 중요하다. 세종연구소 이대우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성공하려면 인도·태평양 지역이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장래를 패권적인 중국의 진주목걸이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오랜 동맹을 유지해 온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할 것인지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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