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얼렸는데 2분 쓰고 퇴출.. 서러운 '퍽'

강호철 기자 2017. 12.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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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50] [올림픽, 요건 몰랐죠?] [1] 냉동고에 보관하는 퍽
퍽 온도 높으면 빙판서 '통통'.. 마찰력이 커서 스피드도 안 나
영하 8~12도로 얼려야 '총알속도', 너무 차게 하면 산산조각 날수도
경기 나가면 냉동효과 사라져 2분마다 다른 퍽과 '임무 교대'
연장전 대비 한 경기 80개 준비

평창에서 개막하는 동계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동계 스포츠는 아직도 우리 팬들에게 낯설다. 각 동계 종목의 경기 방식이나 장비, 기구에는 전문가들도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숨어 있다. 동계 스포츠의 '숨어 있는 1인치'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알고 봐야 올림픽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동계 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가로 30m, 세로 60m 링크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스케이트로 질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 안팎. 공수 전환도 숨 돌릴 틈이 없지만 스틱을 오가는 퍽(puck)의 이동 속도도 전광석화다. 백스윙한 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날리는 슬랩샷(slap shot)에 걸린 퍽의 순간 최대 시속은 170~180㎞에 달한다. 이 퍽에 맞아 앞니를 날리고 훈장처럼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 관객들은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퍽을 시야에서 놓치게 된다.

퍽의 총알 스피드는 단순히 선수들이 힘이 세서 나오는 게 아니다. 아이스하키 퍽은 빠른 스피드를 갖기 위해 빙판에 놓이기 전, 긴 '통과 의례'를 거쳐야 한다. 냉동고에 최소 6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빙판에 올릴 퍽을 미리 얼음찜질하는 건 재질이 경화(硬化) 고무이기 때문이다. 퍽도 고무인 만큼 복원성과 탄성 때문에 그냥 쓰면 얼음 위에서 통통 튀거나 마찰력이 커서 스피드가 잘 나지 않는다.

미국의 한 조사 결과, 10m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렸을 때 얼린 퍽(frozen puck)은 1.2m, 실온 상태의 퍽(room-temperature puck)은 2.7m를 튄 것으로 측정됐다. 마찰력도 차이가 크다. 밴쿠버 과학 전시회에선 얼린 퍽과 실온 상태 퍽, 뜨겁게 달군 퍽을 같은 힘으로 때리는 연구를 진행한 일이 있다. 그 결과, 뜨거운 퍽보다 실온 퍽이 7%, 얼린 퍽이 24% 정도 더 멀리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퍽은 얼려 놓아야 아이스하키의 묘미인 스피드를 제대로 살려주는 것이다.

20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조직위 매니저가 이동식 냉동고에 퍽을 넣고 있는 모습. /오종찬 기자

너무 차갑게 얼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너무 차가워지면 퍽이 부러지거나 산산조각 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퍽을 얼리는 냉동고의 적정 온도를 섭씨 영하 8~12도로 규정하고 있다.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2분 내에 퍽의 냉동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른 퍽과 임무 교대를 한다.

20분씩 3피리어드인 정규 경기에 사용되는 퍽은 30~35개다. 하지만 퍽이 링크 밖으로 튀어나가거나 연장에 돌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소 80개 이상을 경기 당일 아침 냉동고에 보관한다. 얼려 놓은 퍽은 경기 시작과 매 피리어드 개시 전 각각 15개씩 페널티박스(반칙을 범한 선수가 퇴장당한 시간 동안 대기하는 곳) 옆에 마련한 별도 냉동고에 다시 옮겨 놓고 사용한다.

이번 올림픽에 사용될 퍽은 6600개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이 물량을 이미 주문해 놓았다. 조직위 채지석 아이스하키 담당 매니저는 "퍽은 올림픽 기념품으로 딱 좋아 손을 타기 쉽다"며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게 자물쇠를 채워 철통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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